[Series 1.1] Layer 1: 카테고리 정의: 브랜드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너지는 빈 곳

지난 글에서 브랜드 전략을 네 개의 레이어(카테고리·포지셔닝·아키텍처·실행)로 읽어내는 진단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보고서를 펼쳐 보면 대부분의 회사가 가운데 두 장은 그래도 그럴듯하게 써냅니다. 정작 돈이 새는 자리는 첫 번째와 마지막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자기 카테고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시작 전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브랜드를 런칭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이게 맞나 하는 순간이 옵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창업자가 스킨케어에서 비어 있는 포지셔닝을 봤기 때문에 그 회사는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가 됩니다. 또 커피 구독을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피 회사가 됩니다. 너무 당연하게 느끼는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나 사업을 하는 전문가 집단에서도 '카테고리 선택'이라는 결정 자체가 한 번도 의식적으로 내려지지 않는 것을 수 없이 겪어왔습니다. 최근에는 뷰티디바이스로 런칭했으니 뷰티디바이스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회사를 봤습니다. 하지만 기술도 탄탄하고 특별한 그들만의 유니크니스가 있던 회사인데, 경쟁이 어마어마한 뷰티디바이스에서 제 1강의 회사와 싸운다? 넌센스 였습니다. 다시 이어서 이야기하면, 팀은 곧장 포지셔닝, 채널, 크리에이티브로 넘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이 이미 디폴트로 처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악몽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내가 포지션하고 있는 카테고리가 누구와 비교될지를 결정합니다. 비교 대상이 무엇이 중요한 속성인지를 결정합니다. 그 속성이 고객이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세 회사가 기능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들고 세 개의 다른 카테고리에서 팔면, 세 개의 다른 마진을 가져갑니다. 제품은 그대로입니다. 프레임만 다를 뿐입니다.

23년 동안 현장에서 브랜드들이 이 결정을 두고 이기고 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거기서 세 가지 전략 패턴이 보입니다. 대부분이 첫 번째를 시도합니다. 두 번째를 진지하게 시도하는 곳은 드뭅니다. 세 번째를 성공시키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마케팅을 23년 동안 하면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패턴 1. 기존 카테고리 안에서 싸운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디폴트값의 카테고리 진입 설정입니다. 당연하게 알려진 카테고리를 고르고, 그 안에서 더 잘하려고 합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카테고리는 이미 정의가 끝나 있습니다. 비교 대상도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고객 머릿속에는 가격 기준(준거 가격)이 박혀 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만들어 가져가든, 고객은 기존 강자들이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기준으로 당신을 비교합니다. 이기는 길은 둘뿐입니다. 그 기준에서 그들보다 잘하든가,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든가.


제일 좋아하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미 다들 아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이 2012년에 이 일을 너무 쉽게 풀어 냈습니다. 면도기 카테고리는 한 세기 넘게 질레트(Gillette)의 영역이었습니다. 2005년 프록터앤드갬블이 570억 달러를 주고 질레트를 인수했고, 카테고리의 마케팅을 단어로 표현하면 이와 같습니다. 정밀함, 기술력, 성능, 남성성이라는 워드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더 좋은 질레트'가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더 좋은 면도날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새로운 기준을 발명했습니다. 예측 가능한 월정액 구독 배송.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한" 면도날. 바이럴 영상 한 편. 질레트가 자기 프리미엄 브랜드를 부정하지 않고는 따라 할 수 없는 자조적 유머. 2015년 매출 1억 5,200만 달러. 2016년 유니레버가 약 10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여기서 배울 점은 "재밌게 하자"가 아닙니다. 포화된 카테고리 안에서도, 기존 강자가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채택할 수 없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면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질레트는 1달러짜리 면도날 구독을 출시할 수 없었습니다. 본인들의 프리미엄 가격 구조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 구조적 한계가 정확히 달러쉐이브클럽이 비집고 들어간 틈이었습니다. (면도기를 몇 만원에 구매를 해야 한다니, 지금 생각하면 꽤 오랫동안 많은 수익을 챙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기준 없이 기존 카테고리 안에서 싸우는 브랜드는 결국 가격 할인 경쟁자로 전락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지는 자리입니다.

패턴 2. 기존 카테고리를 다시 정의한다

훨씬 어렵고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습니다. 알려진 카테고리를 가져와 그것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리퀴드 데스(Liquid Death)가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창업자들은 2017년에 상표를 등록했고,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캔에 든 물을 "수분 보충"이 아니라 "반항과 라이프스타일"의 무대 위로 옮겼습니다. 캔 안에 든 액체는 그대로입니다. 고객 머릿속 진열 매대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2024년 기준 기업가치 14억 달러가 된 회사의 이야기 입니다.

한국에서는 토스(Toss)가 핀테크에서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2015년 2월 앱이 출시되었을 때 토스의 시작은 단 하나의 기능이었습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없이 더 간단하게 송금하는 방법. 재정의는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완성되었습니다. 결제, 증권, 보험, 부동산으로 차례차례 확장하면서, 모든 확장이 한 가지 카테고리 주장을 강화했습니다. "개인 금융은 하나의 화면, 하나의 경험, 돈과의 하나의 관계." 만약 토스가 "더 나은 은행"으로 포지셔닝했다면,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과 그들의 게임 규칙으로 싸우다 진작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 패턴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재정의를 몇 년에 걸쳐, 여러 제품 출시에 걸쳐 유지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재정의 시도는 두 번째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에서 무너집니다. 브랜드가 슬그머니 옛 카테고리 안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은행이 아닙니다"라고 말해놓고, 출시하는 적금 상품이 기존 은행 적금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재정의는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죽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운영하는 축에서 서서히 사라져 갑니다.

재정의가 작동하려면 그 뒷단에 있는 운영 모델이 진짜로 달라야 합니다. 토스가 은행업을 재정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과 사용자 경험이 구조적으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리퀴드 데스가 물 카테고리를 재정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 보이스와 비주얼이 음료 카테고리와 운영의 모든 레이어 위에서 양립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정의는 슬로건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운영이 핵심이었고, 거기에 마케팅이 따라붙은 것이었습니다.

패턴 3.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다

가장 어렵고 희소성이 있는 부분이며, 성공할 때 가장 강력한 전략적 활동입니다.

존재하지 않던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자기 자신을 그 카테고리의 첫 신뢰할 만한 점유자로 위치시키고, 경쟁자가 몇 년 뒤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 언어를 자기가 소유하고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클라우드 CRM"을 발명한 것. 테슬라(Tesla)가 현대적 의미의 "프리미엄 전기차" 카테고리를 발명한 것. 에어비앤비(Airbnb)가 "피어 투 피어 숙박"을 발명한 것. 각각이 시장이 그 후에 받아들여 쓰게 된 문장 자체를 정의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무신사(Musinsa)가 패션 리테일에서 이 일을 해냈습니다. 회사는 2001년 프리챌(Freechal)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출발했습니다. 매장이 아니었습니다. 브랜드도 아니었습니다. 스트리트웨어 마니아들이 사진과 의견을 주고받는 커뮤니티였습니다. 2009년 무신사가 본격적으로 커머스를 시작했을 때, 어떤 전통 리테일러도 복제할 수 없는 카테고리 포지션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옷가게가 커뮤니티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옷을 같이 파는 것"이었습니다. 2024년 거래액 4조 5천억 원, 매출 1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습니다. 한국 패션 플랫폼 중 유일하게 그 한계를 넘은 회사입니다.

무신사가 사실상 만들어낸 새 카테고리는 "패션 커뮤니티 커머스"였습니다. 롯데나 신세계 같은 기존 강자들이 신뢰성 있게 진입할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들은 백화점을 만들었지,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년에 걸친 커뮤니티라는 카테고리 구축이 곧 해자였습니다.

패턴 3이 위험한 이유는 시장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실제로 받아들여줘야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새 카테고리를 만들려는 시도 중 다수가 실패합니다. 소비자와 시장은 일반적으로 새 언어를 배우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 창조자"를 자처한 회사는 자기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몇 년을 쓰다가, 자본이 떨어지고, 죽거나 조용히 기존 카테고리로 후퇴합니다. 테슬라 한 곳 뒤에는,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는 카테고리를 만들려다 죽은 회사가 수십 곳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네 가지 실패 유형

세 가지 패턴 모두에서 같은 네 가지 실패 유형이 반복됩니다.

물려받은 카테고리. 회사들은 이미 들어와 있는 카테고리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스킨케어. 스낵. SaaS. 카테고리가 "결정"이 아니라 "사실"로 취급됩니다. 전략이 카테고리가 정해진 다음에야 시작된다는 뜻이고, 그러면 전략은 가장 중요한 변수에 손을 대지 못한 채로 출발합니다. 악몽의 시작이 된 것입니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기존 카테고리 진입된 상태를 바꿀 수도 새롭게 시작할 수도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

너무 좁게 정의된 카테고리. 한 브랜드가 자기를 "카페용 프리미엄 귀리 우유"로 정의하고, 그 좁은 영역에서 2년 정도 성장합니다. 그 후 성장이 멈춥니다. 카테고리 자체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인접 카테고리로 확장하려면 브랜드를 다시 재구성해야 하는데, 소비자와 시장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재무적으로 큰 난제가 발생된 것입니다.

너무 넓게 정의된 카테고리. 한 브랜드가 자기를 "웰니스"로 정의합니다. 카테고리가 너무 넓어서 고객이 이 브랜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더 날카롭게 기획을 한 틈새 카테고리 회사나 브랜드들이 고객 인식의 진열 공간을 세그먼트별로 하나씩 잘라먹습니다.

마케팅 카피로 착각한 카테고리. 한 브랜드가 똑똑한 카테고리 한 줄을 씁니다. "우리는 커피 회사가 아니라 세 번째 공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운영팀은 여전히 커피 회사를 돌리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주장이 구조가 아니라 부수적인 장식에 불과한 카피가 됩니다. 고객은 그 브랜드를 경험하고 실제와 카피의 갭을 바로 느낍니다.

레이어 1을 진단하는 세 가지 질문

포지셔닝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세 가지 질문에 명쾌한 답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고객은 실제로 우리를 무엇과 비교하는가. 우리 내부 보고서 슬라이드나 마케팅 카피에서 보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용카드로 결제 직전에 서 있는 그 순간, 고객 머릿속에 떠올라 있는 비교 대안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것들을 놓칩니다.

그 비교군 안에서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 단 하나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답이 "더 좋은 품질" 또는 "더 낮은 가격"이라면, 그 다름은 나의 오너쉽이 적은 영역이라,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집니다. 진짜 다름은 구조입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 고객과의 다른 관계, 다른 운영적 현실이 그런 것들이 될 것입니다.

운영팀이 그 차별화를 런칭 후 3년 뒤 어떤 순간에 아무도 콘트롤하지 않을 때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가. 못 한다면, 그 카테고리 주장은 수식어에 불과합니다. 진짜 차별화가 마케팅 캠페인에 녹여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일련의 활동에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녹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인 브랜드가 됩니다. 스타벅스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세 질문은 전략이 아닙니다. 전략의 전제 조건입니다. 명쾌한 답이 없으면, 그 뒤에 따라오는 모든 결정(포지셔닝·아키텍처·실행)이 그 혼란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다음 글

다음 글에서는 레이어 2, 포지셔닝으로 넘어갑니다. 보고서 발표에서는 "잘했다"라는 박수를 받지만 시장에서는 거의 항상 패배하는 그 포지셔닝 문장들. 그리고 미디어 예산을 부여받기 전에 포지셔닝 한 줄이 통과해야 하는 오퍼레이션 테스트에 대해 다룹니다.

지금 브랜드를 운영 중이고 카테고리 질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면, 카테고리를 다시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포지셔닝, 아키텍처, 실행은 결국 그것을 지향하는 카테고리가 온전해야 강해 질 수 있습니다. 

저는 Black Chester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서울 소재 브랜드 전략·마케팅·커머스 회사 CONSCIOUS WAVE(CW) 대표로 있습니다.

식품·헬스케어·뷰티 카테고리에서 23년 — 국내 여러 기업에서 CMO와 COO를 거쳐, 현재는 여러 기업들의 브랜드 런칭의 아키텍처와 포트폴리오, 마케팅 & 커머스 전략을 직접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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