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1.2] Layer 2: 포지셔닝, 보고서에서 박수받은 한 줄이 시장에서 안 통하는 이유
지난 글에서 첫 번째 레이어, 카테고리 정의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레이어, 포지셔닝 이야기입니다.
브랜드 보고서를 받아 보면 STP의 마지막인 대략 12번째 슬라이드에서 포지셔닝 한 줄이 들어 갑니다. 회의하거나 보고하고 나서 가장 자주 고치는 한 줄이기도 합니다. 임원 중 한 분이 한마디 하시고, 대표님이 또 한마디 보태고, 대행사가 또 다듬어서 최종에는 누가 봐도 잘 쓴 문장이 되어 있긴합니다.
근데 그 잘 쓴 문장이 시장에서는 잘 안 통한다는 게 늘 좀 이상한 부분이었습니다.
23년 동안 그걸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 하나 있는데, 포지셔닝 한 줄은 사실 감상용 문장이 아니라 일종의 시장과 고객과의 계약서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딱 한 가지만 기억해 주는 것에 기대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 한 가지를 계속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계약을 보통 우리 쪽 한쪽만 사인하고 끝낸다는 점입니다. 마케팅 팀이 멋진 한 줄을 만들어 와도, 정작 그 약속을 매일 지켜야 하는 영업팀, SCM팀, CS팀이나 물류팀, 매장 직원들은 그런 문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캠페인 첫 한 달은 그래서 멋있어 보입니다. 3년쯤 지나면 그 약속, 즉 계약서의 흔적이 어디서도 안 보이게 되는게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두 가지 테스트
포지셔닝 한 줄이 미디어 예산을 받기 전에 한번쯤 통과시켜 봐야 할 시험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우리 고객이 그 한 줄을 말할 수 있는가.
대행사 직원이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케팅 임원도 아니고요. 진짜 고객 한 사람이, 저녁 자리에서 소주 두세 잔 마신 상태로 우리 브랜드를 처음 듣는 친구한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친구가 "그래서 그게 뭐 하는 회사인데?"라고 다시 물어보면, 그 포지셔닝은 사실상 작동을 안 하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 운영팀이 그 약속을 매일 지킬 수 있는가.
여기서 "매일"이라는 단어가 좀 중요합니다. 런칭 첫 달도 아니고, 첫 캠페인도 아니고, 3년 뒤 어느 평범한 목요일 오전 11시에도 말입니다. 그쯤 되면 창업 멤버는 다 흩어졌고, 대행사는 두세 번 바뀌었고, 예산은 깎였고, 사실상 아무도 안 들여다봅니다. 그래도 그 약속이 살아남아 있다면, 그게 브랜드입니다. 살아남지 못했다면 그저 한 시즌짜리 캠페인이었던 거고요. (예전 마켓오 브랜드를 담당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 나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누구도 관심 없는 브랜드)
시험을 통과한 브랜드들
2011년 11월 25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파타고니아가 좀 이상한 광고를 하나 냈습니다. 뉴욕타임스 전면 광고비로 5만 7천 달러를 써서, 자기네 베스트셀러였던 플리스 재킷 사진 위에다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 사지 마세요)"이라고 박았습니다. 자기들이 제일 잘 파는 옷을 사지 말라고 신문에 광고를 한 겁니다.
상식적으로는 매출이 떨어졌어야죠. 그런데 다음 해 매출이 4억 달러에서 5억 4,300만 달러로 30%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 하면, 답은 사실 좀 단순합니다. 고객이 이미 40년 동안 그 회사를 지켜봐 왔기 때문입니다. "아, 진짜 이 회사는 저런 회사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쌓여 있었던 거죠. 진정성이 먹힌 것입니다. 사실 이걸 광고 했던 건 더 많이 팔기 위해서 그랬을까보다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 아니었을까? 라고 긍정적으로 순수하게 생각해봅니다.
반대로, 5년 차 회사가 똑같은 진정성 광고를 냈으면 그냥 망했을 겁니다. 약속만 멋지고 운영이 못 받쳐주면 고객은 귀신같이 알아차립니다.
볼보. 너무나 명확한 포지셔닝이죠. "안전". 이걸 65년 넘도록 한 번도 안 바꿨습니다.
1959년에 볼보의 엔지니어 닐스 볼린(Nils Bohlin)이 우리가 지금 차에 당연스러운 3점식 안전벨트를 발명했고, 회사는 그 특허를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마음대로 가져다 쓰라고 풀어버렸습니다. 자기 회사 매출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결정이었지만, 그 한 번의 결정으로 "이 회사는 진짜 안전을 생각하는구나"라는 인식이 시장에 박혀버렸습니다. 그 이후 볼보의 모든 신차 결정이 "이게 더 안전한가?"라는 필터를 거치게 됩니다. 안전이 슬로건이라서가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를 그 단어 안에 가둬 둔 겁니다.
마켓컬리. 약속이 한 문장이 아니라 시간 약속입니다. "밤 11시까지 주문, 다음 날 아침 7시 전 도착."
고객들은 안 틀리고 따라 이야기를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런 멋있는 포지셔닝 문장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냥 운영 약속이거든요. 회의실에서 만든 게 아니라, 매일 새벽에 돌아가는 물류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문장입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시 강조하면 회사의 시스템, 핵심역량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뛰어 넘는 포지셔닝, 시장에서 먹히는 포지셔닝
대부분의 포지셔닝이 결국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을 이기려고가 아니라 보고서를 통과하게 하려고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고서를 통과하는 포지셔닝은 회의실에서 똑똑하게 들립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신뢰의 파트너." "프리미엄을 재정의하는 카테고리 리더." 이런 류의 문장들이죠. 임원 보고에서는 박수받습니다. 멋있게 잘 만들었네 라구요. 근데 시장에 나가면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수 없이 경험했습니다. 어쩌면 저 역시도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있어보여야 하는거죠. 어느 누구도 우리 회사의 새로운 브랜드가 나왔는데, 우리의 포지션은 30분 내 배달 완료 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없어보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쉽게 약속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통과 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임원이 오거나 리더가 바뀌거나 매출, 이익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 언제 그 약속을 했냐는 듯이 바뀝니다. 저 역시 큰 기업에 있을때 수없이 경험 했습니다. 마케터로 있을 당시 선배가 저에게 해준말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마케터의 미션은 회사에서 바꾸려는 것을 못바꾸게 막는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그게 되나요?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저 역시 23년 일하면서 이런 문장으로 회의실에서 박수받은 경험이 부끄럽지만 적지 않습니다. 그땐 멋있게 들리니까요. 근데 6개월쯤 지나서 그 회사 직원한테 "우리 브랜드가 뭐 하는 회사예요?"라고 물어보면, 답이 안 나옵니다. 내부 직원도 한 줄로 못 답하는 문장을 고객이 따라 말할 리가 없죠.
시장을에서 먹히는 포지셔닝은 훨씬 단순합니다. 너무 단순해서, 보통 워크숍에서 제일 먼저 떨어지는 부류의 문장입니다. "밤 11시까지 주문, 아침 7시 도착." 만약 이 한 줄이 어느 회사 포지셔닝 워크숍에 올라왔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비전이 없다", "감동이 약하다", "차별화 포인트가 안 보인다" 같은 의견들이 줄줄이 나오고, 결국 "고객의 새벽을 책임지는 라이프스타일 파트너" 정도로 다듬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졌을 거고요.
너무 추상적인 한 줄이 시장에서 지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고객 머릿속에 안 들어갑니다. "퍼포먼스 어패럴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표현하는 크리에이터의 동반자" 같은 문장은 듣자마자 흘러갑니다. 고객은 그냥 "그 요가 팬츠 회사"로 저장하고 끝입니다. 너무 없어보이나요?
둘째, 운영팀이 뭘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진정성을 임파워먼트한다"는 게 밤 11시에 환불 이메일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내려오면, 가이드는 제로입니다. 결국 그날 응대 담당자의 그날 기분이 그대로 회사의 톤이 움직입니다.
셋째, "아니오"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넓은 포지셔닝은 어떤 신상품도, 어떤 채널 입점도, 어떤 캠페인도 다 정당화시켜 줍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게 됩니다. 고객은 이 회사가 다음에 뭘 할지 예측을 못 하게 되고요.
다섯 가지 결정에 한번 대입해 보세요
포지셔닝 한 줄이 미디어 예산을 받기 전에, 앞으로 3년 동안 그 브랜드가 마주칠 다섯 가지 결정 시나리오에 한번 봐야 합니다.
1. 가격을 내릴 수 있는가. 마진이 빡빡해지면 어느 회사나 할인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 포지셔닝이 그 결정을 허용해 주는가, 이게 중요한 질문입니다. 볼보는 할인 행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싸게 만들려고 안전 장치 한 개 빼자"는 결정은 못 할 것입니다. 포지셔닝이 가격 결정의 한계선을 그어 줍니다.
2. 신상품을 추가할 수 있는가. 새 기회가 들어왔을 때, 예를 들어 셀럽 협업 라인이라든가 저가 한정판이라든가, 그게 우리 약속과 어긋나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서핑복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라는 약속이 거기까지 따라가니까요. 근데 패스트 패션으로는 못 갑니다. 약속이 깨지거든요.
3. 어떤 채널에 들어갈 것인가. 쿠팡에 입점할지, 틱톡샵에서 팔지, 백화점 세일 매대에 놓을지, 아니면 직접판매(DTC)만 할지. 모든 채널은 "우리 브랜드는 이런 종류의 브랜드입니다"라는 신호를 같이 보냅니다. 포지셔닝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유통 채널을 결정할 때마다 회의가 길어집니다.
4. 신입 직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브랜드 보이스는 사실 입사 6개월 차 직원이 쓴 응대 이메일에서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 신입한테 "우리 브랜드 톤으로 환불 이메일 한 통 써 보세요"라고 했을 때, 따라 쓸 수 있을 만큼 우리 포지셔닝이 구체적인가. 그게 진짜 포지셔닝입니다.
5.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배송이 빠지거나, 제품에 결함이 나거나, 모델 셀럽이 사고를 칩니다. 이런 일은 무조건 일어나요. 그때 우리의 대응이 약속을 강화하느냐 깨뜨리느냐가 갈립니다. 10년 가는 브랜드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포지셔닝에서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결정을 도와주지 못하는 포지셔닝이라면, 그건 포지셔닝이 아니라 그냥 멋있는 한 줄짜리 있어보이는 가짜 카피인 겁니다.
한국 기업의 단골 함정, 임원 바뀔 때마다 새로 쓰는 포지셔닝
23년간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본 실패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마케팅 임원이 바뀔 때마다 포지셔닝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그나마 마케팅 전문가인 임원이면 또 모릅니다. 마케팅 부서에 있으면서 진짜 마케터인 분을 정말 찾기 힘듭니다. 스스로 20년 넘는 마케터라고 하나 보면 어떻게 마케팅을 하셨다는 거지? 라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새 임원이 옵니다. 자기 색깔을 좀 내고 싶어서 포지셔닝을 손봅니다. 18개월쯤 지나서 또 다른 임원이 옵니다. 또 손봅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마케팅 임원 평균 재임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떠올려 보시면, 이게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일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매년 바뀌는 포지셔닝, 40년을 똑같은 말을 해도 시원치 않는데 40번이 바뀐다면... 그 브랜드의 종말이 어떨지 예상이 됩니다.
세 번 정도 바뀌고 나면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브랜드에 대해 세 가지 다른 이야기를 학습한 셈이 됩니다. 고객들이 여유 있게 그걸 다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말 안하고 거리가 멀어집니다. 그 브랜드는 머릿속에서 "잘 모르겠는 회사나 브랜드"로 분류되고, 그 자리는 말과 약속을 바꾸지 않는 경쟁사가 자연스럽게 차지해 갑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런 실패가 보통 처음에는 좋은 포지셔닝으로 출발한 회사에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파타고니아는 40년 동안 열 번도 더 리브랜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안 했습니다. 볼보도 "안전"이라는 단어가 답답하다고 "웰니스 드라이빙", "안전을 기반으로 드라이빙을 즐기는" 같은 그 시기 트렌드 단어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건 머리로만 지킬 수 있는 규율이 아닙니다. 구조로 지켜야 하는 겁니다. 수십 년 동안 포지셔닝을 안 바꾼 브랜드들은 그걸 쉽게 못 바꾸는 구조적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자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든가, 가족 소유라 단기 실적 압박이 적다든가, 미션이 정관에 박혀 있다든가, 운영 자체가 그 포지셔닝에 맞춰 짜여 있어서 도무지 손을 못 댄다든가, 뭐 그런 식입니다. (코스트코의 연어 이야기나 벨기에의 초콜릿 회사인 발리깔레부 같은 오래된 진국 회사들이 떠오르네요.)
구조로 만들지 못한다면, 적어도 문화로는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마케팅 임원이 와도 볼보 엔지니어들은 볼보가 뭔지 압니다. 파타고니아 제품팀이 압니다. 마켓컬리 물류팀이 압니다. 포지셔닝이 회의실 PPT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 손과 머리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좀 무식해보이지만 단순한 언어여야 합니다. 멋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자주 마주치는 네 가지 실패 패턴
23년 동안 본 포지셔닝 실패를 정리해 보면, 네 가지 패턴으로 모입니다.
1. 너무 추상적인 한 줄. "프리미엄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합리적 프리미엄" 등 듣자마자 어디서 들어본거 같은 그런 문장입니다. 회사 내부 사람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해석합니다. 6개월쯤 지나면 마케팅, 제품, 운영팀, CS팀 각자 다른 해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그 브랜드가 어수선해 보인다면, 내부가 진짜로 얼라인이 안되고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 운영 따로, 포지셔닝 따로. 마케팅이 한 줄 멋지게 만들어 오면, 운영팀은 만들어진 다음에야 통보받습니다. 근데 그 약속을 운영이 매일 지킬 수가 없습니다. 첫 컴플레인이 보통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어오게 됩니다. 그다음 2년은 그 약속과 현실 사이의 Gap을 해명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3. 범위가 너무 넓어서 아무것도 안 걸리는 한 줄. 어떤 신상품이든, 어떤 채널이든, 어떤 캠페인이든 다 "우리 브랜드답다"고 정당화되는 포지셔닝입니다. 그러면 고객은 이 회사가 다음에 뭘 할지 예측을 못 합니다. 머릿속에 그 브랜드가 들어갈 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4. 너무 자주 바뀌는 한 줄. 위에서 얘기한 임원 교체 패턴이 대표적입니다. 임원이 바뀔 때마다, 대행사가 바뀔 때마다, 분기 리뷰가 끝나 목표 달성을 못하게 되면 이야기가 바뀝니다. 세 번째쯤 되면 고객은 그 브랜드가 뭔지 기억조차 못합니다.
승인하기 전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
포지셔닝 한 줄을 승인하기 전에 스스로 던졌으면 하는 질문이 세 가지 있습니다.
1. 한 번 들은 일반 고객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못 한다면, 너무 추상적이거나 너무 깁니다.
2. CS팀이 내일 환불 요청을 다른 가이드 없이 이 포지셔닝의 톤으로 쓸 수 있는가. 못 쓴다면, 이건 실제 브랜드가 세상에 나와서 쓰이는 지침이 아니라 그냥 예쁜 슬로건입니다.
3. 3년 후 이 한 줄을 단어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은가. 못 쓸 것 같으면, 이건 계약서가 아니라 한 시즌짜리 캠페인 카피인 겁니다.
세 질문 다 "예"라면, 그 포지셔닝은 미디어 예산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아직 마무리가 안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 글
다음 글에서는 세 번째 레이어, 아키텍처로 넘어갑니다. 회사가 자라면서 신상품, 서브 브랜드, 채널을 통틀어 브랜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보고서가 통째로 건너뛰는 자리이고, 5년 차쯤 된 브랜드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관성을 잃기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포지셔닝이 약속 하나를 정해 준다면, 아키텍처는 그 약속이 여러 제품 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결정합니다. 아키텍처가 없으면 브랜드는 곧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지금 브랜드를 운영 중이시고 포지셔닝 한 줄을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위 세 가지 질문에 한 번 답을 적어 보신다면 내 브랜드의 실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워크숍 한 번 하는 것보다 더 솔직한 진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Black Chester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브랜드 전략·마케팅·커머스 회사 CONSCIOUS WAVE(CW) 대표로 있습니다.
식품·헬스케어·뷰티 카테고리에서 23년 — 국내 여러 기업에서 CMO와 COO를 거쳐, 현재는 여러 기업들의 브랜드 런칭의 아키텍처와 포트폴리오, 마케팅 & 커머스 전략을 직접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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