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2.0] 좋은 전략은 왜 실패하는: 시장에서 무너지는 5가지 패턴
보고 자리에서는 박수가 터졌습니다.
한 줄짜리 포지셔닝 스테이트먼트가 임원진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4분기 캘린더는 빈틈없이 채워졌으며, 신규 캠페인 영상은 광고대상 후보감으로 잘 나왔습니다. 대표이사, 임원, 팀원들 모두가 만족했고, PT 슬라이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너무나 뿌듯합니다. 마치 앞날이 꽃길만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듭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매장 점유율은 그대로이거나 미세하게 빠졌고, 소비자 조사에서는 "이 브랜드가 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답이 늘었으며, 정작 내부 회의에선 "올해 우리가 뭘 하기로 했더라", "그때 런칭 PT 자료가 어디 있었지"를 다시 묻기 시작합니다.
저는 23년 동안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봐왔습니다. 회사가 다르고, 카테고리가 다르고, 보고서를 만든 사람이 달라도, 거의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밤새가며 사업계획, 런칭계획을 세웠었는데 그때 뭐하기로 했지? 우리 목표가 뭐지? 사업계획은 책상 서랍 이나 선반 어딘가 밖혀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박수를 받았는데, 시장에선 실패했다는 결과를, 너무 자주 본 것 같습니다.
Series 1에서 정리한 4-Layer (카테고리·포지셔닝·아키텍처·실행)는 이를 진단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좋은 전략 보고서에서 거의 빠져 있는 두 페이지, 그러니까 Architecture와 Execution이 있다는 것, 그래서 화려한 포지셔닝 한 줄이 시장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다룬 시리즈였습니다.
그런데 4-Layer를 다 채운 회사도 실패합니다.
이게 두 번째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카테고리 정의가 명확하고, 포지셔닝도 분명하고, 아키텍처 다이어그램도 멀쩡하게 잘된 보고서. 그런 보고서도 시장에서 무너집니다.
왜일까요?
답은 4-Layer 프레임 바깥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프레임을 채우는 것에 있습니다. 4-Layer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 Layer를 채우는 의사결정 과정이 시장 및 고객과 단절되어 있을 때, 같은 실패가 반복됩니다. 그래서 보고서는 해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멋있어지는데, 결과는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Series 2는 그 단절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다섯 가지 패턴으로 정리한 시리즈입니다. Layer마다 하나씩, 그리고 그 모든 패턴을 관통하는 메타 패턴 하나. 총 다섯 편입니다.
2.1 카테고리 함정 "우리는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에 대한 답이 매년 바뀌는 조직. 카테고리 정의가 흔들리면, 그 위에 쌓아 올린 모든 결정이 함께 흔들립니다.
2.2 포지셔닝 인플레이션 한 줄 안에 모든 약속을 밀어 넣은 결과, 그 어떤 약속도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는 패턴. 마케팅 임원이 가장 좋아했던 한 줄이 매장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2.3 아키텍처 카니발라이제이션 라인 확장으로 매출은 늘었는데, 정작 모브랜드가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되는 과정. 매출로는 안 잡히지만, 브랜드 자산에는 분명히 빠지는 손실입니다.
2.4 실행 불일치 보고자료(Deck)는 완벽한데 매장에선 다른 브랜드가 서 있는 이유. 조직 구조, 인센티브, 캘린더가 전략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다룹니다.
2.5 보고서 함정 왜 이 모든 패턴이 박수 받은 보고서에서 시작되는가. 다섯 번째 패턴은 앞의 네 패턴을 묶는 메타 패턴이고, 이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하는 글입니다
이 다섯 패턴은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23년 동안 같은 회의실, 같은 카테고리, 같은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본 현상을 정리한 것뿐입니다. 어느 시장에서 일하시든, 다섯 중 한두 개는 익숙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Series 1이 무엇을 봐야 하는가에 대한 시리즈였다면, Series 2는 왜 보고도 무너지는가에 대한 시리즈입니다. 다섯 패턴을 한 번에 하나씩, 케이스와 함께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은 첫 번째 패턴, 카테고리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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